별일 없이 산다.
5년 넘게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하고 있지만, 자랑할 빼어난 기술은 없다. 별난 분야가 아닌 대수롭잖은 B2B 솔루션이 주목받을 일은 없다. 가슴 뛰지도 않는다.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산다.
낙관
어렵사리 5년을 버티면서 얻은 교훈이 ‘내가 하는 일 대부분이 별거 없다’는 거다.
사용자에게 기쁨을 주리란 바람으로 밤샘 끝에 개발한 기능이 가져온 결과는 늘 기대에 못 미친다.
많은 고객을 만나려 참석한 콘퍼런스지만, 가지고 간 브로슈어와 명함을 소진하기도 버겁다. 그때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그날 이후 보지 못했다.
언론에 기사가 실린다는 설렘도 조회 수에 금세 체념한다. 좁은 시장을 파고들려는 솔루션이 홍보와 입소문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다.
이 유통 채널과 연결만 되면, 이 투자자가 투자만 해주면 빛이 보일 거로 생각하지만, 만나주지 않거나 만나봐야 서로 다른 꿈을 꾼다. 구멍가게에 관심을 보일 투자자는 적다.
저명한 사람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 제품을 언급하면 홈페이지 방문자가 크게 늘지만, 대부분은 그날 이후 오지 않는다.
삶과 일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나쁠 건 없다. 문제는 기대에 비해 작은 결과가 가져오는 감정 소비의 되풀이와 쌓임이다.
비관
낙관의 건너편에 비관이 있다. 일이 안되면 ‘어차피 안될 텐데’라는 냉소와 게으름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잠재 고객이 ‘이거 돼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네’라고 답변할 확률이 높아졌다.
콘퍼런스에서 만난 인연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회사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적어도 기사 몇 개는 나온다.
물론 유통 채널과 투자자는 여전히 우리 제품에 관심이 없다.
작은 것이 쌓이고 쌓여 오늘을 만들었다. 어찌 되었든 구글에서 다음 단어로 검색하면 우리가 첫 화면에 나온다.
별일 없이 한다.
낙관에 올라타 한 달 미친 듯 일하고, 비관에 빠져 두 달 빈둥거릴 바엔 조금씩 꾸준히 일하는 쪽이 낫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아이콘 줄 맞추기나 홈페이지와 매뉴얼의 오타 고치기만으로 충분하다. 쉬는 날을 빼도 일 년에 250개 정도의 작은 일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