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적을 두고 있을 땐 오늘 같이 비가 오는 아침은, 더구나 평일이라면 사춘기(?) 특유의 우울함이 밀려오곤 했다. 왜냐면 축구를 할 수 없으니까... 혹여나 체육 시간이라도 있는 날은 절망이었다. 언제나 점심 시간에 축구를 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항상 점심은 3 교시가 끝나면 먹고... 학교를 축구 하러 가는 그런 키드들 중 하나였다. 수능 전날까지도 방과 후에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몰고 있었으니깐...
학교나 군대에 대해서 그렇게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적 이유가 축구를 신물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일테다. 축구란건 20 명이 모여야 할 수 있는 놀이라... 근대적 집단 교육의 산물인 학교나 군대와 무척이나 궁합이 맞었던 거다...
회사는 학교나 군대와 그 집단적 성격의 유사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부족함이 있다. 학교에는 있는 운동장과 군대에는 있는 연변장이 회사에는 없다. 자본가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공간 활용에 그 탓을 돌린다면 과하겠지...
결국 학교나 군대에서는 별다른 수고 없이 일상적으로 할 수 있었던 축구가 이제는 큰 맘 먹고 날잡고 해야 할 수 있는 운동이 되어 버렸다. 인생무상이랄까...
그래서 요즘은 스쿼시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축구, 농구, 스쿼시 순이다. 축구는 사방과 천장이 확트인 넓은 운동장을 가로 지르는 열정을, 농구는 미세함이 큰 차이를 가지고 오는 섬세함에 기반한 아름다움을, 스쿼시는 사방과 천장이 막히 작은 공간에서의 격렬함을 준다. 이 세 운동은 모두 심장의 압박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스쿼시를 시작한지는 벌써 30 개월이 넘었다. 근데 실력은 별로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자기개발비를 소모하기 위해서 수동적으로 시작한 관계로 한동안은 1주일에 1일을 나가기도 벅찼으니까... 그래서 얼마전에는 어떤 아줌마에게도 무참하게 지곤했다. 물론 지금도 질게다.
스쿼시에 재미를 느끼게 된 건 정확하게는 새벽에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건 봄부터 귀여운 여인이 등장하고 나서일게다. 그 사람을 보겠다는 신념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꾸역꾸역 일어났으니까.. 근데 말한마디 못해봤는데 나오질 않는다. 이젠 여인은 가고 스쿼시만 남았다. 꽁대신 닭 혹은 닭 대신 꽁!
새해 목표를 살을 빼는 거에서 스쿼시를 잘치는 걸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