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린 종로 영풍문고에서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몇 권 구매하고는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는 출구를 향해 걷다가 우연히 책 한권에 눈길이 갔다.
작년 이맘 때에 만나 혼자만 맘에 담아 두었던 단아한 모습을 지닌 그 사람 모습이 투영된 표지가 꽤나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이었던 모양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10년도 더 전에 군에서 휴가 나와서 오늘의 책에서 송경아가 쓴 책(제목이)을 산 이후로 소설 책을 산 건 처음인 모양이다. 양식 없음에 대한 증명처럼.
나와는 약 7살 정도 차이가 나니 2000년도 초반에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과 동년배일 바리가 짊어진 고단한 여정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을 사건 혹은 (해외) 토픽을 중심으로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대충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94년에서 회사에 적응하며 무관심하게 일했던 2004년 정도까지.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93쪽)
익숙한 토픽에 대한 반복적인 채용이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조금 반감시키고 줄거리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지만 1인칭 서술이 주는 (그렇지만) 절제된 자기 이입과 간결한 묘사가 재미를 끌어 올려준다.
알리는 분명 추남일게다. 바리에 대한 흑심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