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11번가에서 주문한 의자가 신경질을 북돋았다. 2개를 주문했는데 1개만 왔고 그마저도 다리가 맞지 않아 흔들거렸다.
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그 물건을 반송처리하고 나서 정상적인(?) 의자를 보내주겠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싼게 비지떡이라며 위안했는데 막상 일주일이 넘어도 의자를 가지러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11번가에 들어갔더니 구매 확정이란다.
구매가 확정되어야 업체에 결제 대금이 지급된다. 구매 확정은 구매자가 해야 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구매 확정이 되어 있었다.
물론 나중에야 배송 후 1주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구매 확정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상태로 11번가에 전화해서 주문을 취소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니 잠시 후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의자를 반송하기 전에 새로운 의자를 보내주겠단다. 처음부터 그러던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싫어요. 반품하겠습니다.
그런데 반품하려면 내가 직접 의자를 반송해야 한다고 한다. 업체가 지정한 택배 회사를 통해서만 반송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초과한 택배비는 내가 부담해야 하고...
택배 회사는 노란모자였다. 홈페이지에서 찾은 대표 전화와 내가 사는 동네 지점에 전화를 해도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노 게이지가 다시 상승해서 서핑을 하니 택배 회사가 문제의 근원임을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도배되어 있는 택배 회사를 원망하는 처절한 절규들...
인터넷에 올라온 노란모자에서 직원을 구하는 공고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받더라... 엄청 쌀쌀맞은 태도로 내가 사는 동네를 담당하는 택배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불러 주었다.
채용 공고라는게 참... 월급 150만원에... 7시 30분 출근에 배송이 모두 끝날때까지.... 수당은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배송 한개당 700원이 택배 아저씨에게 떨어진다고 하는데... 100% 확실지는 않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
택배 아저씨에게 전화하니 오늘(금요일)은 안되고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랜다. 주소를 알려준다 해도 지금은 받아 적을 수 없으니 그냥 월요일에 전화하라고...
D-Day 월요일... 아침부터 택배 아저씨에게 전화하니 저녁 때 가지러 온단다. 오후에 약속이 있어 시간을 확실히 하려고 다시 전화하니 저녁 8시에 오신단다...
저녁 8시는 넘었건만 택배 아저씨는 오지않고 다시 전화하니 아직 배송이 끝나지 않았다며 기다리란다.
저녁 10시가 넘도록 오지 않자 절망하고 있는데... 울리는 초인종 소리... 10시가 넘어서 오셨다... 택배 아저씨를 보자마자 밀려든 감정은 측은함 그리고 안쓰러움...
15시간 가까이 일을 하셨던 건가... 내 분노는 어떤 방향을 조준해야 할까...
택배 아저씨는 의자가 든 큰 박스를 가지고는 아파트를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계셨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기다릴 양으로 아파트 문을 연채 서 있으니 택배 아저씨가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셨다.
삶은 그렇다.